저속노화

몸이 느려졌다면? 갑상선 기능저하증은 세포 대사를 늙게 만든다

터틀 라이프 2025. 7. 29. 22:37

 

 

피로가 쉽게 쌓이고, 체온이 낮아지며, 머리 회전이 느려졌다고 느껴진다면 단순한 노화나 스트레스 탓이 아닐 수 있다. 이 같은 전신 증상의 배후에는 갑상선 호르몬의 부족, 즉 ‘갑상선 기능저하증(hypothyroidism)’이 숨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 갑상선 기능저하증은 단지 호르몬의 수치가 떨어지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이 호르몬은 세포 하나하나의 대사 활성도를 결정짓는 미세한 스위치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 작동이 느려지면 세포 전체가 늙은 듯한 상태로 전환된다. 이 글에서는 갑상선 호르몬과 미토콘드리아 기능의 밀접한 관계, 그리고 그로 인한 전신 대사 저하와 노화 과정을 조명한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

 

 

갑상선 호르몬이 세포 대사를 어떻게 조절하는가

갑상선은 목 앞쪽에 위치한 나비 모양의 내분비 기관으로, 트라이요오드티로닌(T3)과 티록신(T4)이라는 두 가지 주요 호르몬을 분비한다. 이 호르몬들은 혈류를 타고 온몸의 세포에 도달하여, 세포 내 에너지 대사를 조절하는 ‘속도 조절기’ 역할을 한다. 그 핵심은 바로 세포의 발전소인 미토콘드리아다.

갑상선 호르몬은 미토콘드리아의 수를 늘리고, 그 활성을 증가시키며, 산소를 이용한 에너지 생산 속도를 높인다. 이는 세포가 효율적으로 ATP(세포 에너지)를 만들고, 손상된 부분을 수리하며, 필요한 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게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갑상선 기능이 저하되면 이러한 기전이 전반적으로 느려지게 된다. 미토콘드리아 내에서의 산화적 인산화 과정이 저하되며, 에너지 생성 능력이 떨어지고, 결과적으로 세포는 마치 ‘노화한 상태’처럼 반응하게 된다. 피로, 추위에 민감한 반응, 변비, 탈모, 우울감 등 다양한 증상은 바로 이 세포 대사의 저하에서 비롯된다.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와 노화의 연결 고리

 

미토콘드리아는 단순히 에너지를 생산하는 기관이 아니다. 세포 내 신호 전달, 세포사멸(아포토시스) 조절, 항산화 방어체계 등 노화에 직접 관여하는 주요 기전들에 관여한다. 특히 미토콘드리아 기능이 떨어지면 활성산소(ROS)의 생성이 늘어나고, 이는 DNA 손상, 단백질 변성, 염증 반응 증가로 이어져 세포 노화가 가속된다.

갑상선 기능저하증에서는 미토콘드리아 내 효소들의 활성이 떨어지고, 에너지 생산이 효율적이지 못해 세포 전체의 기능이 저하된다. 이는 곧 조직 단위의 기능 저하, 전신적인 활력 상실로 이어지며, 실제로는 세포 단위에서 ‘빠르게 늙는 상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갑상선 호르몬이 부족한 상태에서의 노화는 단순히 시간의 흐름에 따른 자연스러운 노화보다 더 불균형적이고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조직은 정상 기능을 유지하는 반면, 에너지 소모가 많은 조직(근육, 뇌, 심장 등)은 더 빠르게 기능 저하를 겪게 된다.

 

느린 몸은 단지 피곤한 게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몸이 자주 피곤하거나 체력이 떨어지는 것을 ‘나이 탓’으로 치부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대사 속도와 세포 기능이 느려진 상태일 가능성을 간과하곤 한다. 갑상선 기능저하증은 그 대표적인 예다. 피로, 기억력 감퇴, 체중 증가, 우울감, 집중력 저하 같은 증상은 모두 세포 단위의 에너지 생성 부족에서 비롯된다.

특히 여성의 경우 폐경기 전후로 호르몬 균형이 크게 흔들리며 갑상선 기능저하증의 발생률이 높아지는데, 이때의 증상은 종종 ‘갱년기 증상’으로 오인되어 방치되기 쉽다. 남성 또한 40대 이후 대사 속도가 느려지며 근육량 감소와 체중 증가를 겪는 경우, 그 이면에 갑상선 기능저하가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의료적으로 TSH(갑상선자극호르몬), T3, T4 수치가 정상 범위에 있어도, 개인의 기준에서 에너지가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이미 세포 기능은 저하되어 있을 수 있다. 이럴 때는 단순한 수치보다 ‘에너지 상태’ 자체를 중심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세포 대사를 회복시키는 생활 전략

갑상선 기능이 떨어졌다고 해서 단순히 약물에 의존하기보다는, 세포 대사의 회복을 촉진하는 생활 습관이 병행되어야 한다. 특히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을 활성화시키는 식이요법, 운동, 수면 습관은 대사 정상화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첫째, 요오드, 셀레늄, 아연은 갑상선 호르몬의 합성과 활성화에 필요한 필수 미네랄이다. 미역, 다시마, 브라질너트, 달걀, 해산물 등을 통해 적절히 섭취해야 한다. 둘째, 고정혈당 식사법이 도움이 된다. 갑상선 기능이 떨어질 때는 혈당이 불안정해지기 쉬우므로, 식이섬유와 단백질 중심의 식단이 에너지 유지에 효과적이다.

셋째,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의 병행이 중요하다. 미토콘드리아는 운동을 통해 더 많이 생성되고, 그 기능도 향상된다. 특히 근육량 증가 자체가 기초 대사량을 끌어올리고, 에너지 부족 상태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넷째, 수면과 스트레스 관리 역시 빠질 수 없다. 수면 중 갑상선 호르몬이 조절되며, 스트레스 호르몬(코르티솔)은 갑상선 기능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일정한 수면 시간, 심호흡, 명상, 일과 휴식의 균형이 신경내분비 기능 회복의 열쇠가 된다.

 

세포의 시계는 대사 속도에 따라 결정된다

노화는 시간의 흐름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실제로 우리 몸속의 세포는 어떤 환경에서, 어떤 에너지 상태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속도로 늙어간다. 갑상선 기능저하증은 이러한 세포 시계를 늦추는 대표적인 상태이며, 이를 방치하면 전신의 회복력과 활력이 눈에 띄게 저하된다.

우리가 ‘기운이 없다’, ‘몸이 굼뜨다’, ‘집중이 안 된다’고 느끼는 순간, 뇌와 근육, 심장과 간의 세포들도 같은 신호를 보내고 있다. 그 신호의 시작점에 갑상선 호르몬과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가 있다면, 지금이 바로 그 연결을 복구할 시간이다.

세포의 에너지가 살아나야 몸도 마음도 다시 생기를 되찾는다. 피곤함을 노화로만 탓하지 말고, 그 이면에 있는 대사의 속도를 점검해보자. 갑상선은 작지만, 몸 전체를 움직이는 엔진의 스위치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