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전두피질 vs 술: 뇌 자제력의 중심이 흔들릴 때
우리는 흔히 ‘술 한 잔 하자’는 말로 힘든 하루를 위로하곤 한다. 하지만 그 한 잔이 우리의 뇌, 특히 자제력의 중심인 전전두피질(prefrontal cortex)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전전두피질은 인간의 이성, 판단력, 감정 조절을 담당한다. 동물적 충동을 억제하고 도덕적 사고를 가능케 하는 뇌의 최고 관리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바로 이 영역을 무력화시키는 물질이 있으니, 그것이 알코올이다. 알코올은 전전두피질의 기능을 억제해 이성적 판단과 자제력을 흐리게 만들고, 그 결과 평소에는 절대 하지 않을 말과 행동을 하게 만든다. 술김에 실수했다는 말은 실제로 신경생물학적으로 타당한 이야기다. 뇌가 브레이크를 놓쳐버리기 때문이다.
감정을 억제하는 능력을 억제하는 술
술이 위험한 이유는 단순히 뇌의 한 부분을 마비시키는 게 아니라, 감정을 조절하는 기능 자체를 억제한다는 점이다. 전전두피질은 편도체라는 감정중추를 통제하는 역할도 한다. 하지만 술을 마시면 이 통제 기능이 사라지고, 편도체가 과도하게 활성화된다. 결국 억눌렸던 불안, 분노, 슬픔, 짜증 같은 감정이 폭발하듯 터져 나온다. 그래서 술에 취한 사람은 울거나 화를 내거나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심지어 알코올은 우리를 더 각성시키는 물질이다. 흔히 술이 긴장을 풀어주고 졸리게 만든다고 하지만, 실은 불안을 더 키우고 수면의 질을 떨어뜨린다. 술을 마시고 잠이 들면 깊은 숙면이 방해받으며, 밤새 자율신경계가 혼란에 빠지게 된다.
'기분 좋아지는 술'이라는 환상
그렇다면 왜 우리는 여전히 술을 ‘기분 좋은 도구’라고 믿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술을 친구와 마시거나, 분위기 좋은 장소에서 마시기 때문이다. 즐거운 사람들과의 시간, 음악, 웃음, 대화 등 술 외적인 요인들이 기분을 좋게 만든다. 그런데 이러한 외부 자극을 술과 연결시키며, 술이 기분을 좋게 만든다는 착각이 생긴다. 반대로 방 안에 혼자 앉아 술을 마셔보면 알 수 있다. 술은 기분을 좋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면의 우울, 외로움, 자기비판을 증폭시킬 뿐이다. 혼자 마시는 술이 반복되면 뇌는 ‘슬픔 + 술’이라는 패턴을 학습하게 되고, 그것은 알코올 의존증으로의 첫 걸음이 된다.
술로 위로받을 수 있을까?
슬픈 일을 겪은 친구에게 술을 사주는 문화는 흔하다. “위로주 한 잔 하자”는 말은 익숙하지만, 실제로는 위험한 선택이다. 실연, 실직, 상실 같은 감정적 충격은 이미 뇌의 전전두피질을 억제하고 편도체를 과활성화시킨다. 이 상태에서 술을 마시면 뇌의 회복은 더더욱 어려워진다. 그 친구를 진짜 위로하고 싶다면, 술이 아니라 산책, 햇살, 따뜻한 꿀물 한 잔이 훨씬 효과적이다. 무엇보다 위험한 것은 혼자 마시는 위로주다. 마음이 힘들 때 혼자 술을 마시는 행동은 뇌에 ‘스트레스 → 술’이라는 회로를 강화시켜, 반복적으로 알코올에 의지하게 만든다. 이 회로는 매우 빠르게 강화되며, 이후에는 작은 감정 기복에도 술을 찾게 된다.
마음근력을 키우는 사람에게 술은 독이다
우리가 의지력, 감정조절, 자기통제력을 기르고 싶다면 뇌의 구조적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 이 변화는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에 기반한 반복적인 자극과 습관 형성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는 최소 2~3개월이 걸리며, 이 시기에 술을 마시면 뇌의 변화는 쉽게 무너진다. 전전두피질은 특히 알코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영역이다. 따라서 마음근력을 키우고자 한다면, 훈련기간 동안 금주는 필수다. 술은 감정을 마비시키고 뇌의 회복력을 떨어뜨리며, 훈련 효과를 무력화시킨다. 정말 어렵다면 소량, 그것도 기분 좋을 때만 마셔야 한다. 그러나 가장 좋은 방법은, 뇌의 회복이 완전히 이루어질 때까지 술을 완전히 끊는 것이다. 진짜 ‘강한 마음’을 원하는가? 그렇다면 술부터 내려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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