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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속노화

냄새를 잘 못 맡는다면? 후각 저하가 뇌 노화의 첫 번째 경고일 수 있다

by 터틀 라이프 2025. 7. 22.

기억력이 떨어지거나 단어가 금방 떠오르지 않는 순간, 많은 이들은 ‘나이 탓’이라고 생각하며 웃어넘기곤 한다. 하지만 뇌 노화는 그렇게 눈에 띄게 시작되지 않는다. 오히려 가장 먼저 무너지는 감각은 후각이다. 후각은 신경계와 가장 밀접하게 연결된 감각이며, 이 감각이 무뎌지는 것은 단순한 코 문제를 넘어 뇌의 노화와 퇴행의 시작일 수 있다. 이 글에서는 후각 저하가 왜 조기 뇌 노화의 단서가 되는지를 살펴본다.

 

냄새를 잘 못 맡는다면? 후각 저하가 뇌 노화의 첫 번째 경고일 수 있다

 

후각은 감각 중 가장 먼저 노화의 영향을 받는다

 

우리의 감각 중에서 후각은 뇌와 가장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냄새 자극은 후각신경을 통해 대뇌 변연계, 특히 기억과 감정을 담당하는 해마와 편도체로 곧바로 전달된다. 이 경로는 다른 감각들과 달리 대뇌피질을 거치지 않고 곧장 깊은 뇌 구조로 연결되기 때문에, 후각의 변화는 곧 뇌의 중추 구조 이상이나 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각세포는 재생 능력이 뛰어나지만, 동시에 외부 자극에 매우 민감하다. 공기 중의 먼지, 바이러스, 환경독소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며 기능이 점점 저하된다. 특히 50대 이후부터는 후각세포의 재생 속도가 느려지고, 뇌의 신호 처리 속도 역시 둔해지기 시작한다. 따라서 냄새에 둔해졌다는 느낌이 반복된다면, 단순한 감기나 알레르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후각 저하가 알츠하이머나 파킨슨병 등 신경퇴행성 질환에서 가장 먼저 나타나는 초기 증상 중 하나라는 사실이다. 후각 신경은 뇌 속 퇴행성 변화를 가장 먼저 반영하는 ‘창문’과도 같다.

 

기억력 저하보다 먼저 오는 신호, 왜 후각일까?

 

많은 사람들이 기억력 저하를 뇌 노화의 핵심 증상으로 인식하지만, 실제로는 뇌가 늙기 시작할 때 가장 먼저 흔들리는 영역은 감각 정보의 처리 속도신호의 민감도다. 후각은 그중에서도 자극-반응 간 거리가 가장 짧기 때문에, 뇌가 조금만 둔해져도 바로 체감된다.

특히 해마와 후각 신호 처리 영역은 서로 인접해 있고, 기능적으로도 연결되어 있다. 이 때문에 해마의 신경세포가 서서히 기능을 잃어갈 때 후각이 먼저 둔해지는 경우가 많다. 냄새 구분이 어렵고, 예전처럼 향을 잘 느끼지 못하거나, 음식의 향이 다 비슷하게 느껴지는 현상이 그 예다.

뇌 질환 환자들이 병을 자각하기 훨씬 이전에 후각 감퇴를 경험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심지어 어떤 연구에서는 후각 저하가 향후 5년 내 치매로 진행될 가능성을 예측하는 생물학적 지표가 될 수 있다고 보기도 한다. 즉, 후각 저하는 뇌의 구조적 변화를 예고하는 매우 정교한 경고음일 수 있는 것이다.

 

후각 저하를 단순 노화로 넘기면 안 되는 이유

 

노화는 전신에 걸쳐 일어나지만, 뇌의 경우 그 속도나 방식이 사람마다 매우 다르다. 후각 저하는 단순한 나이 들면서 생기는 불편함이 아니라, 중추신경계의 기능 저하가 시작되고 있다는 실질적인 신호로 이해해야 한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이를 간과한다는 점이다. 향수를 잘 못 맡게 되거나 음식 향이 밋밋하게 느껴져도 대부분 “요즘 감기가 좀 오래가네”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하지만 이러한 증상이 몇 주 이상 지속된다면, 뇌신경의 기능이 저하되고 있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점검할 필요가 있다.

또한 후각 저하는 단순히 감각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음식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고, 식욕 부진으로 이어지며, 장기적으로는 영양 상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는 다시 인지력 저하와 체력 저하로 연결되는 악순환을 불러온다. 즉, 냄새를 못 맡는다는 것은 단순한 감각 둔화가 아니라, 삶의 질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종합적인 기능 저하의 출발점일 수 있다.

 

후각과 뇌 건강을 함께 지키는 생활 전략

 

다행히도 후각세포는 일정 부분까지는 재생이 가능하며, 뇌의 신경가소성도 어느 정도 유지된다. 문제는 그 회복의 기회를 어떻게 살릴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후각 저하를 방치하지 않고, 생활 속에서 후각 자극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뇌신경 기능을 보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첫째, 후각 자극 훈련이 도움이 된다. 커피, 허브, 레몬, 계피 등 다양한 향을 규칙적으로 맡고, 각각을 구분해보는 훈련은 후각세포와 뇌의 연결을 유지하는 데 효과적이다. 후각은 사용하지 않으면 기능이 빠르게 퇴화하기 때문이다.

둘째, 유산소 운동은 뇌신경의 혈류를 개선하고, 후각신경을 포함한 뇌 전반의 기능을 활성화한다. 하루 30분 걷기만으로도 뇌의 산소 공급이 증가하고, 노화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셋째, 항산화 식품과 오메가3 지방산은 뇌신경 보호에 도움이 된다. 블루베리, 견과류, 등푸른 생선 등의 섭취는 뇌 염증을 줄이고 신경 세포의 노화를 지연시킨다.

마지막으로 수면의 질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뇌는 수면 중 노폐물을 제거하고 손상된 신경을 회복한다. 수면이 부족하면 후각과 인지 기능 모두 빠르게 저하된다.

 

냄새의 변화는 뇌가 보내는 가장 빠른 신호다

 

감기나 비염이 아니고서도 냄새에 둔해졌다는 느낌이 반복된다면, 그것은 단순한 후각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 냄새를 인식하고 기억하는 기능은 뇌의 심층 구조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그 둔화는 뇌 노화의 가장 빠른 표현 방식이 될 수 있다.

우리가 냄새를 통해 기억을 떠올리고 감정을 느끼는 이유도 이 구조 덕분이다. 냄새가 사라지면 감정도, 기억도 흐릿해지기 시작한다. 결국 후각 저하는 단순한 감각의 문제가 아니라, 삶을 인식하는 방식의 둔화로 연결될 수 있다.

냄새에 둔감해지는 순간이 반복된다면, 당신의 뇌는 이미 변화를 시작했을 수 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준비되지 않은 사람에게 더 가파르게 다가온다. 지금 이 순간, 향기를 기억하고 싶다면 뇌의 건강부터 돌아보자.